[다큐멘터리 3일]

비바람 뚫고 나오시게 

강원 주문진항 72시간 

내레이션 

 주문진 어민 수산시장 

홍게 

풍물시장 상인




다큐멘터리 3일 638회 미리보기


비바람 뚫고 나오시게 

-강원 주문진항 72시간-


동해안 최대 규모의 수산시장이 있는 주문진항. 

매년 여름,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180만여 명의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곳이지만, 올해는 달랐다. 이곳에도 다사다난했던

 '2020년 여름'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한산한 주문진 어민 수산시장


텅 빈 시장을 지키고 앉아있는 상인들과 간간이

 퍼덕이는 고요한 활어들. 길어진 장마 기간과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 맞물리며 빚어낸 

낯선 풍경이다. 연이어 내린 풍랑주의보에 

조업조차 불가능해진 상황. 


촬영 4일 전, 답사를 할 때만 해도 홍게의 금어기가

 풀렸다면서 그나마 희망을 갖고 있던

 어민들이었는데, 막상 제작진과 촬영팀이 

주문진항을 찾은 날에는 계속되는 비와 풍랑으로 

항구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다큐멘터리 3일 제작진은

 고민에 빠졌다. "우리, 계속 촬영할 수 있을까?"





■ 홍게를 만나려다 풍랑을 만났네 


푸르른 주문진 바다의 홍일점, 홍게. 7월 말 

금어기가 해제되어 여름 조업이 시작되었다. 수심 

1,500m나 되는 깊은 바다에 사는 홍게를 잡기 

위해서는 배로 5시간 운전해 먼바다로 나가야 

한다. 매일 새벽 3시, 주문진항의 어민들이 깜깜히

 잠든 바다를 깨우러 분연히 출항하는 이유다.


새벽 3시에 출항하는 주문진항의 어선들


미리 투망해두었던 그물을 끌어당겨 홍게를 잡고, 

또다시 투망하여 내일의 수확을 기다리는 일. 

어민들에겐 평범한 일상이었던 투망(물고기를

 잡으려고 그물을 물속에 치는 일)과 양망(그물을

 걷어 올림)을 할 수 없게 된 것은, 연이어 발표된 

풍랑주의보 때문이었다. 오로지 기상예보에만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던 주문진항의 어민들, 

그리고 다큐멘터리 3일 제작진. 하늘은 우리에게

 말했다. "홍게? 꿈 깨!" 하지만 포기할

 제작진이 아니었다. 


■ 하늘이여 우리를 도와줘! 


기도가 통했던 건지, 긴 기다림 끝에 기회가 

찾아왔다. 먹구름이 걷힌 자리에 동그란 홍게를

 닮은 구름이 뭉게뭉게 떠오르자, 주문진항의

 풍경도 전에 없이 생기를 띠었다. 이틀간 연이어 

조업을 멈췄던 어선들은 다시 선착장을 

드나들었고, 관광객을 맞이하는 상인들의

 목소리도 울려 퍼졌다. 




잡아 온 홍게를 선별하는 선원들 


어업에 종사하면서 재미있는 게 바로 이 시간이에요

기대가 있잖아요. 오늘은 얼마나 잡을까 하는 설렘

옛날 연애할 때, 내가 아내를 기다리던 그 심정 

-천성호 / 갈릴리호 선장


부푼 기대를 안고 간만의 조업에 나선 어민들. 

35년 경력의 베테랑 선장도, 이제 막 2년 차에 

접어든 초보 선장도, 드넓은 동해바다 앞에서 

가슴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만선'과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가족들을 뒤로 한 채 선착장의 배들은

 수평선 너머로 멀어진다.


■  반나절 짜리 실패에 눈물 흘릴쏘냐 


한 해 동안 공들인 농사에 실패하면 그 해는 

좋은 수확물을 거두기 어렵지만, 이와 달리 

바다에서의 실패는 반나절이면 족하다. 

한 지점에서 수확이 좋지 않으면,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새로운 그물을 당겨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주문진항의 

사람들은 실패에 관대하고, 그날 하루의 

성패에 일희일비하는 법이 없다.


함께 조업하러 나온 아버지와 딸 


바다의 일이라는 것은 사람의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주어진 

하루하루의 몫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변화무쌍한 날씨,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긴 장마 기간에도 묵묵히 견뎌내며 '이 또한 

지나간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었던 순간들. 


교대 근무하러 와준 아내에게 인사하는 풍물시장 상인 


코로나19도 빨리 해결되고, 아프신 분들 없게끔 

마음 아프신 분들 없게끔, 그랬으면 좋겠어요 

-서은주 / 풍물시장 상인


비바람 뚫고 나온 희망의 기록, 다큐멘터리 3일

<비바람 뚫고 나오시게 - 강원 주문진항 72시간>

 편은 8월 30일 밤 11시 5분 KBS 2TV에서 만날 수 있다.

 

※본 방송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인

 8월 5일부터 8월 8일까지 촬영되었습니다※


연출 : 이은미 

글, 구성 : 박금란 

내레이션 : 배칠수, 박희진 

조연출 : 주요한 

취재작가 : 황정윤 

방송 : 2020년 8월 30일 23시 05분 KBS 2TV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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