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홍열 할배의 오십 번째 5월
이동 양봉
김홍열 할아버지
장정님 할머니
전북 순창군의 오동마을
경북 고령 시작 충북 진천
경기도 화성까지
인간극장 미리보기
홍열 할배의 오십 번째 5월
모내기가 시작되는
전북 순창군의 오동마을...
김홍열(85) 할아버지와 장정님(82) 할머니는
1년을 기다려온 농사 준비로 바쁘다.
아까시나무 꽃이 피는 오월이면
벌통과 채밀기를 싣고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며 꿀을 뜬다.
봄이 시작될 때부터 밤낮으로 봉장에서
벌통을 관리하고
건강하게 벌을 키운 부부는
꿀 농사에 기대를 갖고 떠날 준비를 한다.
한 달여간 방랑생활을 해야 하니
정님 할머니는 떠나기 며칠 전부터
갖가지 살림도구와 이불을 싸며 이동준비를 한다.
7년을 준비한 목단 재배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고,
미꾸라지 양식장에 마늘 농사에...
연이은 사업실패로 빚까지 지게 된 홍열 할아버지.
하는 일마다 실패한 그에게
한 통의 벌통은 희망이 되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일이다보니
꿀 농사가 매년 풍년일 수만은 없지만,
매년 아까시나무 꽃이 피는 오월을 기다린다.
해마다 5월을 길 위에서 보내는 홍열 할아버지...
올해로 오십 번째 5월을 맞는 그에게
어떤 날들이 펼쳐질까.
# 아까시나무 꽃이 필 무렵
벌을 치러 마을에 온 양봉가를 보고
벌을 키우게 된 김홍열(85) 할아버지.
이동 양봉가를 보고 신기했던 홍열 할아버지는
그때부터 벌 한통을 사서 기르기 시작해
지금까지 달콤 살벌한 인생을 산다.
경북 고령을 시작으로 충북 진천을 거쳐
경기도 화성까지
아까시나무 꽃이 피는 개화기를 따라
120통의 벌통을 들고 이동을 한다.
아내 장정님(82) 할머니도 남편 따라
고생 아닌 고생을 시작한 세월도 올해로 20년째...
부지런하고 일손이 빠른 정님 할머니는
이동 준비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고추도 심고 상추도 심고 틈틈이 밭일까지 끝냈다.
어둠 속에서 벌통을 놓고, 천막을 치고
1년을 기다려온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늦은 밤 트럭을 타고 이동하느라
피곤했는지 정님 할머니가 기운을 못 차린다.
# 오십 번째 5월
아까시나무 꽃이 활짝 핀 밀원지에 도착한
작은 꿀벌들은
부지런히 꿀을 모으기 시작한다.
날씨가 좋으면 2-3일 후에 채밀이 가능하고,
200리터 드럼통이 가득 찰만큼 꿀을 얻을 수 있다.
맑고 화창한 날이 계속되어야 할 5월인데...
올해는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내린다.
비나 기온에 따라 꿀의 양도 달라지니
일기예보에 수시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동양봉 때가 되면 부부의 자식들도 덩달아 바빠진다.
풍찬노숙을 하는 부모님 걱정에
자식들도 매년 이맘때면 날씨 걱정에
전화로 안부를 묻고,
음식도 마련해 와 밥상을 차린다.
매년 개화지로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가는 자식들처럼,
홍열 할아버지의 천막으로
이동 양봉가들이 찾아들었다.
벌을 치는 일이 고되다보니
해마다 이동 양봉가의 발길도 줄어들고...
노부부의 마음도 적적하다.
# 속아서 사는 인생
잦은 비로 꽃이 피다가 금방 져버리니
꿀을 얻기 힘든 상황...
1년을 기다려온 농사가 날씨 때문에 흔들린다.
흔들리지 않고 살 수 있는 삶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유채 꿀을 뜨러 제주도로 향할 때 만난 풍랑도,
농약 때문에 애써 키운 벌들이 죽어나가기도 하고,
벌치는 자리 때문에 애를 먹기도 하고...
갈수록 걸음도 점점 힘들어지고 기운도
예전 같지 않지만
오월이 다가오면 어느새 벌통을 손질하고 있다는
홍열 할아버지.
어떤 농사꾼이든 풍년을 원하는 마음은 똑같겠지만
“이번 해에 안 되면 다음 해에 잘 되겠지” 하는 생각에
속는 줄 알면서도 떠난다고...
속지 않고는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는 홍열 할아버지...
그가 달콤한 방랑을 이어가는 이유다.
방송일 : 2018년 6월 11일(월) ~ 6월 15일(금)
/ 오전 7:50~8:25
방송매체 : KBS1-TV
보도자료 문의 전화번호
: 이지혜 취재작가 (02-782-5555)
연출 : 조창근
글 : 홍은영
촬영 : 임한섭, 강호정
조연출 : 송문기
취재작가 : 이지혜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