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엄마의 골목길 

아홉 살 연서 엄마 혜인 씨 

지적장애 3급 

미아동 단짝 혜인이와 연서

 수제화 기술공 외할아버지

 할머니 




동행 197회 미리보기 


엄마의 골목길


# 미아동 단짝, 혜인이와 연서

오래된 돌담, 손때가 잔뜩 묻은 뽑기 기계, 페인트칠이

 벗겨져 녹이 슨 대문.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이 골목길을 매일같이 누비는 단짝이 있다. 아홉 살 

연서와 엄마, 혜인(37) 씨가 그 주인공이다. 가파른

 오르막길 끝자락, 작은 보금자리에서 외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엄마와 연서. 




그래서 연서네 집 앞까지 이어지는 골목 구석구석에는

 두 사람의 손길과 발자국이 가득하다. 다리가 저려

 맨바닥에 주저앉을 때까지 뽑기 기계를 돌리고,

 하얀 분필 가루가 온몸에 내려앉도록 돌담 위에

 그림을 그리고, 해가 저물어도 가로등 불빛 아래서 

술래잡기를 하고,끝도 없이 이어지는 돌계단 위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 흔한 편의점도, 오락실도 하나 없는

 옛 골목길. 이 낡은 공간이 둘만의 놀이터이기에, 

엄마와 연서는 오늘도 이곳에서 신나게 하루를

 시작하고, 아쉽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 좋은 엄마, 연서 엄마

미아동 온 골목을 누비며 놀다가도,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연서부터 후다닥 챙기는 엄마, 

혜인 씨. 혜인 씨가 이렇게 누군가를 챙기고, 걱정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모든 변화는 9년 전,

 연서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지적장애 3급의 혜인 씨는 사회생활에서 크고 작

은 어려움에 자주 부딪히곤 했다. 하지만 연서를

 품에 안으며, 처음으로 뭉클함을 느꼈던 그 날, 

혜인 씨는 ‘엄마’의 무게에 대해 알게 됐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연서의 곁에서 혜인 씨도

 ‘엄마’의 모습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서툰 일은 

끈질기게 달라붙어 어떻게든 배우고, 편견 가득한 

눈총 세례도 묵묵히 견디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다. 미련하지만 버텨보고, 조금 느려도 한 걸음씩 

나아가보는 것.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 아빠 없이 세상에 나온 연서에게

 미안한 마음을 갚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 구두 한 켤레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가난의 고리. 그 속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딸, 혜인 씨의 장애 사실도 뒤늦게서야 알게 됐다.

 이 모든 게 못 배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은 할아버지.

 그런데 그 죄책감이 채 사라지기도 전 미혼모가 된

 딸의 모습에 할아버지의 억장은 다시 한번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하지만 아빠가 없어도, 할아버지와

 할머니, 엄마가 있어 괜찮다며 똑 부러지게 말을 

하는 연서를 보며, 그런 연서의 곁에서 점차 철든

 ‘어른’이 되어 가는 딸을 보며 어느덧 할아버지는

 마음을 열게 됐다. 조금 힘들어도 참고 견딜 줄 알고, 

조금 유치하긴 해도 연서의 눈높이를 맞출 줄도

 알게 된 혜인 씨. 그런 딸을 위해 수제화 기술공 

할아버지가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했다. 연서의 

곁에서, 이제는 정말 ‘엄마’가 되어가는 딸을 위해 

할아버지가 만드는 구두 한 켤레. 그 안에 지난날의

 미안함과 다가올 날에 대한 응원까지 함께 

담아보고 싶다.


방송일시 : 2019년 2월 16일(토) 18:00~18:55 KBS 1TV

책임 프로듀서 : 이경묵 / 프로듀서 : 김석희 

/ 제작 : 타임 프로덕션

연출 : 이광률 / 글. 구성 : 윤선영 / 조연출 : 장혜지

 / 서브작가 : 임수민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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