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원진이의 소금꽃 필 무렵 소금밭
최연소 일꾼 열여덟 살 원진이
아빠 영호 씨 엄마 정선 씨
두 동생 원자 준성이
전남 신안군 임자도 염전
동행 212화 미리보기
원진이의 소금꽃 필 무렵
■ 소금밭 최연소 일꾼, 열여덟 살 원진이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임자도의 한 고등학교.
쉬는 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춤을 추고 노래하는
끼 많은 고등학생 원진(18)이는 내로라할
대학에 들어갈 정도의 성적도 상위권인
모범생이다. 하지만, 원진이는 대학진학이
아닌, 취업의 길을 선택했다. 돌봐야 할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마땅한 공부방이 없어도
불평 한마디 없이 오히려 동생들에게 방을
양보하는 원진인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이나
주말이면 어김없이 아빠가 일하는 염전으로 향한다.
임자도 염전의 최연소 일꾼, 원진이가 아빠와
염전에서 손발을 맞춘 지도 벌써 4년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종일 염전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아빠에게 묵묵히 힘을
보태주니 아빠에겐 더없이 든든한 아들이다.
또 매일 아침, 아픈 엄마의 건강을 살피고
잔소리하는 것도, 어린 동생을 보살피는 일도,
모두 원진이가 챙겨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 엄마의 아픈 발가락, 가족의 아픈 손가락
아빠 영호(55) 씨는 도시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다 부도를 맞은 뒤, 9년 전 임자도에 터를
잡았다. 무일푼이었던 아빠를 받아준 염전에서
구슬땀을 쏟으며 가족의 생계를 이어온 아빠.
새벽 2시부터 꼬박 하루를 염전 일에 매달리며
소금 한 가마니라도 더 내기 위해 허리를
펼 새가 없다. 아픈 아내와 학교에 다니는
세 아이를 뒷바라지하랴 고된 염전 일을
마치고도 막일을 나가는 날이 부지기수다.
요즘은 아픈 아내 걱정에 애가 탄다.
엄마 정선(46) 씨는 가족에게 미안한 게 많다.
10년 전, 하필 찾아와도 못된 병, 당뇨 판정을
받았다. 당뇨합병증으로 왼쪽 발가락
두 개를 잃었는데, 오른쪽 발가락까지 요즘
속을 썩인다. 전처럼 남편의 염전 일을 돕지도
못하고 아이들의 엄마 역할도 제대로
못 해주는 것이 못내 죄스럽다. 그래도
‘힘내라’며 응원해주고 웃어주는 아이들을
보며 힘을 내는 엄마, 아빠다.
■ 고이 접어둔 원진이의 꿈
고등학교 2학년, 원진이의 대학진학 포기 선언에
요즘 엄마, 아빠는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졌다.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아들. 제대로
뒷바라지도 못 해줬는데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라니 더 아깝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실, 원진이가 대학진학을 포기하기까지
남모를 고민이 컸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은 원진이가 모른 체 할 수 없는
현실. 아직 어린 두 동생 원자(12)와
준성(8)이에게 자신이 못했던 것들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져 버린 원진인,
조금이라도 빨리 집안에 보탬이 되고픈 마음에
대학진학의 꿈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마음의 짐은 열여덟 살
원진이에겐 무척이나 버겁지만, 익숙해져
버린 삶의 무게다. 그래도 가족을 위해서라면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고 말하는 원진이.
원진이는 알고 있다. 땀으로 일군 염전의
소금처럼, 원진이에게도 소금꽃이
활짝 필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방송일시 : 2019년 6월 1일(토) 18:00~18:55 KBS 1TV
책임 프로듀서 : 최형준 / 프로듀서 : 김석희 / 제작 : 에이플스토리
연출 : 장성훈 / 글. 구성 : 이지선 / 조연출 : 서일수 / 서브작가 : 김세림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