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나의 사랑 할머니 옥희씨
수다쟁이 손녀 가은이
흥 많은 외할머니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가는
외할머니와 손녀
동행 226회 미리보기
나의 사랑 할머니, 옥희씨
수다쟁이 손녀와 흥 많은 외할머니
낡은 대문 밖으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 올해
열일곱 살인 손녀와 여든 외할머니의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흥이 많은 외할머니와 수다쟁이
손녀는 12년 째 단짝. 티격태격하면서도 꼭 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외할머니 산책길엔 걸음새를
봐주며 말동무가 되어주는 손녀는 집안일이며
작은 텃밭 일까지 외할머니 혼자 일하게
내버려두는 법이 없다. 외할머니가 잠들 때까지
곁을 챙기는 손녀. 외할머니가 잠들면
손녀 가은이에겐 또 다른 하루가 열린다.
외할머니를 챙기느라 못 다한 숙제와 자격증
공부. 가은이는 높은 성적에도 대학 진학 대신
은행 취업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빨리 취업해
돈을 벌고 싶은 이유는 하나다. 여름엔 벌레가
가득하고 겨울이면 문틈으로 칼바람이 불어오는
낡은 집 대신 아늑한 집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것.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가은이는
학교가 끝나면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이 늦도록 공부를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가는 외할머니와 손녀
손녀가 학교에 가면 외할머니는 일을 하러 간다.
한 달에 열흘정도 있는 소일거리. 한달 꼬박 일을
해야 27만원을 벌 수 있다. 허리 못 펴고 풀을 베며
일을 하지만, 살아온 날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손녀 가은이가 외할머니 품에 안겼을
때가 5살 무렵. 세상을 떠난 가은이 엄마 대신
외할머니는 가은이의 울타리가 되어줬다.
손녀를 등에 업고 일을 다니며 생계를 꾸렸던
날들이 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12년 세월이
흘렀다. 부모님과 떨어져 외할머니랑 살기
싫다며 떼쓰던 손녀가 어느덧 자라 열일 곱.
이젠 외할머니에게 제법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삶의 곳곳에서 딸이 그립지만 김치를
담을 때면 외할머니의 옷을 입고 곁에 앉아 일을
돕는 손녀, 곰살맞고 다정한 가은이를 볼 때면
잠시나마 떨쳐낼 수 있다. 외할머니에게
손녀 가은이는 딸 대신. 가은이에게 외할머니는
엄마 대신이다.
두 사람의 가을
두 사람에게 가을은 가슴 아픈 계절이다.
12년 전 가을, 가은이는 엄마를 잃었고
외할머니는 맏딸을 잃었다. 신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다가도 딸 생각에 눈물짓는
외할머니, 가을 냄새 풍기는 선선한 바람에
어수선해진 마음을 다잡고 집으로 들어가는
가은이지만 결코 서로 앞에서 내색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하는 방법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왔다. 풍요롭지는 않지만
가난하지 않은 가을을 맞이하려는 두 사람.
외할머니는 가은이가 좋아하는 겉절이를 담고,
가은이는 외할머니를 위해 장수프로젝트를
실시한다. 가을은 두 사람에게 가슴 아픈
계절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살아온 날들.
앞으로도 함께 할 날들이기 때문이다. 외할머니를
지켜줄 수 있는 든든한 어른이 되길 소망하는
가은이. 외할머니가 지금 모습 이대로
120세가 될 때까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오늘도 힘차게 나아간다.
방송일시 : 2019년 9월 21일(토) 18:00~18:55 KBS 1TV
책임 프로듀서 : 최형준 / 프로듀서 : 김석희 / 제작 : 에이플스토리
연출 : 김동환 / 글. 구성 : 이은진 / 조연출 : 이태경 / 서브작가 : 정성령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