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622회

 

향으로, 추억으로! 불의 맛

 

“단맛도, 매운맛도, 신맛도,

쓴맛도 아니지만 맛있는 맛!

익숙한 맛이지만, 뭐라 딱 꼬집어

표현하기 힘들었던 그 맛!

21세기에 이르러 드디어 전성기를 맞고

이름도 갖게 되었으니.. 바로 불맛이다”

 

끓이고 삶고 지지고 볶고

요리는 불과 함께 발달해왔다.

그렇게 음식을 익히던 수단이었던 불이

이제 맛의 하나로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우리의 밥상에 거세게 불고 있는 불맛 열풍!

타오르는 불길에서 맛과 향은 물론,

추억이 주는 위안까지 얻는다는

불맛의 세계를 만난다.

 

■ 불이라고 다 같은 불이 아니다

- 경기도 여주시

 

◼ 경기도 여주시 소개된 곳

 

* 여주전통참숯가마

경기도 여주시 북내면 상교3길 56-80

문의 010.6326.3632

 

경기도 여주의 한 숯불 공장. 10년 전후의

참나무를 6개월가량 말린 뒤, 숯가마에 넣고

1,500도 전후의 온도에서 엿새 밤낮 동안

불을 지펴 탄소 90% 이상의 참숯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가마 한가득 6톤의 나무를

빼곡이 채워 넣어도, 완성되는 숯의 양은

600킬로그램. 우리가 사용하는 숯불은

그렇게 지난하고 귀하게 태어난 불 맛이다.

특히 불을 맛 내는 식자재로 인식하는 불 맛의

시대. 더 오래타고 맛있는 숯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다. 숯가마 사람들의 음식도

달라졌다. 숯 시장의 새로운 소비층인 캠핑족 등

젊은 세대의 음식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다.

가마에서 갓 구운 숯과 숯을 꺼낸 뒤 뜨거운

열기가 남아있는 가마를 활용해 요리를 하는데,

캠핑 시장에서 굉장한 먹거리로 각광받는

'토마호크숯불구이'와 적정 600°C의

불 온도에서 겉과 속이 동시에 익어가며

육즙이 살아있는 담백함을 느낄 수 있는

불 향이 입혀진 '우대갈비숯불구이', 직접

반죽하여 양념을 바르고 재료들을 얹은 후

숯가마에 익혀 불고기 맛이 생각나는

불 향 가득한 '숯가마화덕피자'까지.

최고의 불 맛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 그 이름이 없었을 뿐,

늘 우리 곁에 있었던 불 맛의 역사!

- 경기도 연천군

 

◼ 경기도 연천군 소개된 곳

 

* 연천미라클타운펜션

경기 연천군 군남면 군중로 134 연천미라클타운

문의 연락처 010.8696.7271

 

* 양향자 푸드앤코디 아카데미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57길 24 (도곡동), 2, 3층

문의 전화번호

010.3337.4432 / 02.577.1138

 

한강 변에 있는 암사동 신석기 유적지.

그곳에는 6000년 전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당시의 생활상이 재현돼 있는데, 불에 멧돼지를

구워 먹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불맛 제대로 나는 통돼지 바비큐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게 420만 년 전,

최초의 요리 방법이 구이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불 맛이라는 이름이 없었을 뿐

우리 조상들도 불 맛을 즐기고 있었던 게

아닐까. 우리나라 전통 요리 연구가

양향자 선생님과 함께 옛 조상들이 불을

이용하여 만든 이색적이고 다양한 음식을

만나본다. 기원전부터 조상들이 담가 먹었던

된장으로 간을 하여 숯불에 구운 ‘맥적(貊炙)’,

조선시대 궁중음식으로써 소고기 자체의 맛을

살리기 위해 간장으로 간을 한 ‘너비아니’,

가을에 알곡을 턴 뒤 남겨진 볏짚을 태워

구수한 짚불 맛을 입혀 먹었다는 서민들의

'미꾸라지짚불구이' 등 이 음식들을 통해

무려 2000년이 넘는 우리 불 맛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본다.

 

 

 

 

■ 연탄, 그 시절은 가도 추억으로

기억되는 불 맛 - 충청남도 서천군

 

충청남도 서천 월하성의 선착장. 뭍에 올라와

있는 배들을 경운기와 트랙터로 바다에 띄우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 보니, 간조기 때마다 갯벌이 훤히 드러나

바다에 배를 정박하지 못한 채, 조업 나갈 때마다

이렇게 한바탕씩 난리를 치른다는 것이다.

이런 노고에도 설레는 마음으로 조업에 나서는

김의성 선장과 김중복 마을 자치위원장.

서천 앞바다에 찾아온 가을 전어 때문이다.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만큼 전어구이가

고소하다지 않는가. 아직도 그물을 놓는

예전 방식으로 전어잡이를 하는 김의성 선장.

한꺼번에 많이는 못 잡아도 대신 크고 맛있는

전어를 잡을 수 있다는데. 수확량이 기대 이상인

날이면, 힘들게 불구멍 맞춰가며 연탄불을

피운다. 어린 시절, 전어 맛을 알게 해준

연탄 불 맛을 잊지 못해서다. 기름기 가득한

가을 전어가 연탄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지자,

이웃 주민들까지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들기름처럼 고소하면서도 연탄불 특유의

톡 쏘는 불향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불 맛은 이렇게 맛과 향을 동시에 느끼는

총체적인 맛이다. 또한 냄새는 오감 중

가장 오래 기억되는 특징이 있어 오래전

추억을 이끌어내곤 한다. 향으로 한번,

추억으로 또 한 번 연탄은 우리와 삶의 변화를

함께 겪어온 그리운 추억의 불 맛이다.

 

 

 

 

■ 타오르는 장작 불꽃이 맛의 비법이자

행복의 비결이다 – 전라남도 담양군

 

◼ 전라남도 담양군 소개된 곳

 

* 삼거리농원

전남 담양군 봉산면 면앙정로 155

문의 010.2340.8798

 

불 맛은 구이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여기 닭볶음탕에 불 맛을 입히는 남자가 있다.

30여 년 동안 온갖 음식에 불 맛을 입히는데

몰두해 온 조리사 김춘구 씨. 그 노력을 통해

그는 장작불과 무쇠 솥뚜껑으로 국물 음식에

불 맛을 입히는 그만의 비결을 터득했다.

아직도 매주 주말마다 자신의 시골집에 가족과

친구들을 불러 모은 뒤, 통돼지 바비큐와

닭볶음탕에 불 맛 제대로 입혀서 함께

먹곤 한다. 불 맛 연구의 일환이자 자기 치유의

과정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가난으로

가족까지 해체돼 객지를 떠돌던 그에게 어느 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채워주듯 불 맛이

다가왔다. 불 맛을 알게 된 후, 그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불 맛 음식을 통해

가족과 친구들을 다시 한자리에 모으는

구심점이 되었다. 재가 될 때까지 자기 몸을

태워 음식을 익히는 장작불을 보다 보면,

고단했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깨달으며 큰 위안도 얻는다. 자신의 불 맛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볼 때면,

그는 스스로 되뇌곤 한다. 불맛 음식 하는 법을

배우길 참 잘했다. 그의 인생이 담긴

불 맛의 세계로 빠져보자.

 

■ 기획 KBS/ 프로듀서 정기윤

■ 제작 KP 커뮤니케이션

/ 연출 선희돈 / 작가 최선희

■ 방송일시 2023년 9월 14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8시 30분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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