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575회 미리보기
여기 상남자의 냄새를 풍기며 거침없이
장작을 패는 사람이 있다. 바글바글 모여있는
벌들을 손으로 주워 담는 그에겐 말벌 정도는
귀여운 곤충이고, 아찔하고 험한 산길도
그에겐 평탄한 등산길이다.
자연인 박종근(54) 씨에게
산은 위험한 곳이 아니다. 괴로움도 잊고
건강도, 사랑도 마음의 평화까지 안겨준
이곳은 이제 하나의 안식처다. 자연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그는 모든 게 행복했다.
열일곱이라는 이른 나이부터 일을 시작했던
그는, 산에 들어와 살기 직전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누나들이 자리 잡은 부산으로 무작정
내려가 뱃일을 시작했던 자연인.
엔진 수리공으로 오랜 시간 배를 탔는데,
뱃일은 워낙 육체적으로 힘든 고강도의
업무였다. 몇 년간을 버티다, 몸이 힘든 일은
그만하고 싶어 출판사에 들어갔는데,
몸은 편하지만, 마음이 불편하다는 게 문제였다.
중졸자인 그는 고학력의 다른 직원들에게
소외감을 느끼기 일쑤였다. 그렇게 버티다,
이직하고, 다시 또 무언가를 견뎌야만 하는
직장생활을 반복해 오다, 작은 건축 사업을
시작하게 된 자연인. 큰 공사를 맡았지만,
공사비가 입금되지 않아, 이곳저곳에서
빚 독촉에 시달리기도 하고, 믿었던 지인에게
돈을 떼이기도 하는 등의 수난은 계속됐다.
사회에서의 시간이 쌓여갈수록,
노련함보다는 피곤함이 쌓여갔다.
그나마 그를 버티게 했던 것은 늦은 나이에
만난 아내. 한눈에 반했고, 둘은 금세 사랑에
빠졌지만, 아내는 모든 걸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위암으로 인해 위의 절반을
절제해 냈던 상황. 그래서 자연인은 자신과
아내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
산에 살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산은, 그의 마음 한구석에 늘 있었다.
그래서 미리 땅을 사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준비를 해왔다는 자연인. 결심한
순간부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땅을 다지고, 모아둔 폐자재들로 집을 짓고,
농작물을 심고, 벌을 키우기 시작했다.
산 생활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아내에겐
잠시 시간을 주기로 하고, 그는 부지런히
산골을 가꿨다. 그러길 벌써 7년. 이제는
마치 원래부터 이곳에 살았던 사람처럼
산골살이에 훤하다. 자리공이라는 독초와
2년간 삭힌 막걸리로 천연 살충제를 만들고,
직접 만든 찜질방에서 직접 농사지은 꿀과
과일로 화채를 만들어 먹는다. 산초기름에
각종 채소를 부쳐 먹고, 아내를 위해 약초를
종류별로 구비해 두고, 한밤중에 물고기를
잡아 오기도 한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은
그의 인생. 그는, 누구보다 행복하다.
모든 게 만능인 거침없는 상남자
자연인 박종근 씨의 이야기는
2023년 10월 11일 수요일 밤 9시 10분
MBN<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
방송일시: 2023년 10월 11일 (수) 오후 09:10
[출처]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