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632회

 

철의 고원, 다시 삶을 품다

 

용암이 빚은 한탄강 주상절리,

끝없이 펼쳐진 넓은 평야 한가운데를

군사분계선이 가로지르는 곳,

수십만 년 시간이 빚어낸 비경 속에

오랜 아픔을 품고 있는 땅, 철원

상처 입은 땅이 옥토가 되기까지

시린 세월을 견디며 단단하게 살아온 철원 사람들

그 고단했던 날들을 위로해 주던

맛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철원평야를 가로질러 한탄강이 흐르고

삶도 흘러간다 - 한탄강 마을 군탄리

 

◼ 군탄리 소개된 곳

 

* 김종순 이장님

문의 연락처 010.3897.1183

철원 오대쌀 및 마을 농산물 판매

 

용암대지 위에 화산토가 쌓이면서 비옥한

곡창지대가 되어준 철원평야와 그 사이를

흐르는 한탄강은 철원 사람들의 오랜 삶의

보금자리였다. 최근 한탄강을 발아래 두고

주상절리를 따라 걷는 하늘길이 생기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마을에는 활기가

돈단다. 한탄강 사람치고 매운탕 못 끓이는

사람이 없다는데. 오늘 매운탕 끓이는

솜씨 제대로 뽐내보겠단다. 고추장을 풀어

메기, 쏘가리 등 온갖 민물고기를 넣고

수제비 뚝뚝 떼어 넣어 끓인 민물고기 매운탕과

철원의 자랑 오대쌀로 지은 고슬고슬한

쌀밥만 있다면 다른 반찬 없어도 든든한

진수성찬이 차려진다. 남과 북으로 분리가 되어

전쟁의 아픔을 가장 많이 안고 사는 철원.

큰 여울이라는 뜻처럼 그 큰 품으로

사람들을 품어준 한탄강을 만나본다.

 

 

 

 

전쟁 그 후, 어느 땅인들 아프지 않은 곳이 있으랴

- 자등리 권은경 씨 가족 이야기

 

◼ 자등리 소개된 곳

 

* 자누리골수제두부

문의 전화번호 010.8903-4814

 

광복 후 38선 이북에 자리 잡고 있던 철원은

백마고지, 철의 삼각지 등 한국전쟁

최대격전지였다.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살아온 철원 땅 곳곳에는

여전히 많은 지뢰가 남아있다.

새벽부터 젖소들 챙기느라 분주한 권은경 씨는

10년 전 구제역으로 키우던 한우를 묻고,

2년간 가슴앓이하다 시련을 딛고 다시 젖소를

키우고 있다. 어렸을 적, 민통선 마을에서 자라

지뢰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살았다는 은경 씨. 아버지 권종인 어르신은

평생 농사를 지으며 철원 곳곳에 남아있는

지뢰 제거 작업만 50년, 아버지의 몸 곳곳에는

지뢰 제거를 하다 생긴 상흔들이 눈에 띈다.

지뢰밭을 일구며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에게

땅에서 거둔 모든 게 다 귀하다는데. 돌이 많고,

산이 높아 논농사 보다 밭농사를 많이 짓는

자등리에서는 콩 농사가 주! 귀하게 얻은

콩이 좀 더 귀하게 쓰일 방법을 찾다가

두부 만들기를 시작했단다. 일복 넘치는

엄마 은경 씨를 돕기 위해 딸 박선영 씨가

2년 전 두 팔 걷어붙이고 엄마를 돕기 시작했다.

두부를 만들고 남은 비지에 갖은 해물을 넣어

부친 해물비지전. 철원에서 ‘사뎅이’라고

불리는 돼지등뼈를 푹 고아 콩물과 배추우거지를

넣고 끓인 사뎅이콩탕, 추운 겨울 얼어서

군내가 나는 무는 버리지 않고 양념장을 발라

구워내면 고기 맛 부럽지 않다는

동치미무구이까지 아픔을 이겨내고

살아온 가족의 사연과 음식이다.

 

 

 

 

버려진 황무지를 개척해 삶을 일구다

- 마현1리 울진 이주민 이야기

 

◼ 마현1리 소개된 곳

 

*남무호 이장님

문의 010.6666.8517

철원 청정지역 파프리카, 토마토 판매

 

군사분계선 인근,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지역에 자리 잡은 근남면 마현1리. 지금은

파프리카 마을로 유명한 이곳은 한때

‘울진촌’으로 불렸던 곳이다.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보고 모든 것을

잃은 주민들은 철원의 황무지를 찾아

3박 4일을 달려와 한겨울을 군용 텐트로

이겨내고 맨손으로 거친 땅을 일궈냈다.

황무지를 개간해 벼농사를 짓고, 탄피를 캐

곡식과 바꿔 먹고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했던

사람들은 황무지를 옥토로 만들며 대를 이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식량을 구하기 어려워

배급을 타 먹고, 이름도 없이

‘도토리 울궈먹는다’고 부르던 도토리범벅은

끼니로도 식사로도 아주 든든한 한 끼.

포슬포슬하니 구수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게

한 입만 먹어도 옛날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는

음식이다. 먹고살기 바빠 고향 그리워할 겨를도

없던 마을 사람들은, 고향 생각이 날 때면

콩가루를 넣어 반죽한 콩칼국수와 오징어식해로

고향의 그리움을 달랬단다. 낯선 땅에서

막막했던 시절을 견디게 해준 음식과

고단한 시간을 함께 지나온 이웃들이 있어

고마운 울진 촌사람들의 밥상에 함께해 본다.

 

 

 

 

 

겨울 철새들의 보금자리, 다시 생명을 품다

– 두루미 마을 양지리

 

◼ 양지리 소개된 곳

 

 

* 두루미평화타운

문의 033-452-9989

두루미, 쇠기러기 등 철새 탐조 활동 및 교육

 

어두운 새벽, 토교저수지에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조용히 모여든다. 해가 뜨자 일제히

날아올라 하늘을 가득 메우는 쇠기러기 떼의

장관이 펼쳐지고, 귀한 겨울 손님들을 맞으며

양지리 마을 사람들의 마음도 설레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청정자연에

넓은 평야를 품고 있어 먹이가 풍부한 철원은

쇠기러기를 비롯해 천연기념물로 보호 중인

재두루미와 독수리 등 수만 마리 철새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오는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다. 오랫동안 철새 지킴이로

살아온 양지리는 날개를 다쳐 날지 못하는

짝을 위해 다시 돌아와 곁을 지키며 사는

재두루미 한 쌍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 ‘두루미 마을’로 유명하다.

철새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 마을 사람들도

겨울날 준비로 마음이 바빠진다. 가장 중요한

겨울 준비는 김장. 직접 키운 배추와 무,

민통선 안에서 키운 꿀이 맛을 보탠다.

남은 무는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고 소금에

절여두었다 김장 김치가 떨어질 때 꺼내

무쳐 먹는단다. 한쪽에선 지글지글 삼겹살이

구워지고, 갓 담근 김장 김치에 고슬고슬 지은

잡곡 찰밥까지, 철새들과 함께 겨울을 나며

살아가는 양지리 마을 김장하는 날의

한 끼를 만나본다.

 

■ 기획 KBS/ 프로듀서 정기윤

■ 제작 KP 커뮤니케이션

/ 연출 남호우 / 작가 전선애

■ 방송일시 2023년 11월 30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8시 30분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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