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583회 미리보기

 

아름다운 적막 속에 자연인 이봉의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산속. 그중에서도 하필,

제일 경사 급한 산비탈에 사람이 산다.

세상과 거리를 두다 못해, 아무도 찾아오지

말라는 듯 외지고 험한 곳. 사람 발길이 없는 건

물론, 그 어떤 소음도 없다.

자연인 이봉의(62) 씨는 이 적막을 찾아 산골에

왔다고 했다. 그는 30년째 이명을 앓고 있다.

 

어릴 적부터 내성적이었고 말이 없었던 자연인.

하지만 군대에서 사격 훈련을 받다가 이명이

생긴 후론 더더욱 말수가 줄었다. 마치 그의

귓속에 24시간 요란하게 돌아가는 기계가

있는 듯했다. 그 알 수 없는 소음과 사투를

벌이느라, 다른 사람과 살갑게 말 한마디

섞는 일도 쉽지 않았던 그는 사회생활 역시

쉽지 않았던 터라 친형의 도움으로 사무기기

수리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최소한의 고객

응대도 어려운 날이 많아 이런저런 오해들이

쌓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책임감과

근성 하나만큼은 다부졌던 자연인. 요청받지

않았던, 고장 난 다른 제품이나 타 브랜드의

기기를 수리해주기도 하고, 묵묵하지만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해내면서 서서히

단골을 확보해 갔다.

 

 

 

 

친형 회사의 수리 기사로 일하다,

결국 독립 사업체를 운영하며 그의 삶도

단단히 자리를 잡아가는 듯 보였지만,

시간은 그 어떤 것도 그대로 두지 않는다.

그가 오래 몸담았던 일은 사양산업이 돼버렸고

먹고 살길을 다시 찾아야 했다. 그가 선택한 건

편의점. 고객과 짧은 만남, 최소한의 문답만이

대부분인 편의점은 그에게 딱 맞는 사업인

듯했다. 하지만, CCTV 사각지대에서 돈을

빼돌리던 직원, 24시간을 부부가 쪼개

근무하면서 급속도로 쌓여가는 피로감,

증상이 나날이 심해지는 이명... 결국 그는

편의점 운영을 그만두기로 마음먹는다.

 

오래전부터 꿈꿔온 산중 생활을 실행하기로 한

자연인. 50대 중반의, 젊다면 젊은 나이라

못 할 게 없을 것 같았지만 산중의 삶은 결코

쉽지 않았다. 포도가 열려도 다 물러져 버리고,

수박을 심었지만, 박이 열리는 기현상이

벌어지며, 잔뜩 심어둔 더덕과 황기는 종적을

감췄다. 야심 차게 담근 감식초는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는데... 하지만 그는

그래도 행복하다. 적어도 이명 증상은

현저히 줄었고,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는

부담도, 이명을 뚫고 들어오는 누군가의 말에

집중할 필요도 없으니. 이 아름다운 적막 속에,

그는 기꺼이 혼자다.

 

무뚝뚝해 보여도 마음은 따뜻한 사람,

자연인 이봉의 씨의 이야기는

방송일시 2023년 12월 06일 수요일

밤 9시 10분 MBN<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

 

 

[출처]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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