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629회 미리보기
누구보다 높은 곳에서! 자연인 함을영
하늘로 높이 솟아 있는 나무 꼭대기엔
자유로운 표정의 한 남자가 있다.
나무를 이리저리 흔들자, 굵은 호두가
비 오듯 후드득 떨어져 내린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과 나무에 달린 탐스러운 열매를 보며
그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세상은 어느덧 그의 발밑에 있다.
함을영(68) 씨는 사방이 꽉 막힌
치악산 아래에서 태어났다. 일찍 아내를 만나
아들과 딸을 낳고, 곧바로 화물차 운전을
시작했는데.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미안했던
그는 가족들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3살, 4살이 된 자식들을 태우고
2.5t 트럭에 군납용 배추를 한가득 실은 채
속초로 향하던 중, 자욱한 안개 탓에
올라오는 차가 중앙선을 넘어 버렸고,
이를 피하려다 그만 한계령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만다. 온 가족이 동행한 트럭은
바퀴가 떨어져 나가는 것은 물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그때부터였을까? 함을영 씨는 더 이상
위험한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작은 치킨 가게를 열었지만, 10여 년을
운영하다 IMF 외환 위기로 결국 정리하게
되는데. 곧이어 재개했던 오리 전골 식당 또한
조류 인플루엔자로 문을 닫게 되고, 그 당시
유행했던 노래방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점점 발길이 끊기는 손님으로 인하여
마찬가지로 운영을 중단하게 된다.
무수한 불운을 겪으면서도 그는 쉽게
무너질 수 없었다. 자식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는 굳은 다짐은 함을영 씨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결국 자식들을 대학까지 모두 보내고 난 후,
함을영 씨는 꽉 막혀 있던 고향과는 달리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트여 있는,
가장 높은 곳을 찾아 마침내 이곳 자연에
도착했다. 붉은 흙을 파내면 모습을
드러내는 크고 탐스러운 고구마와
유독 싱그러운 초록빛을 내는 배추,
쭉 뻗은 나무에 달린 밤은 함을영 씨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지금, 엄청나게 즐겁다.
“내려다볼 수 있는 그런 데에서
내가 살고 싶어서.”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던
그의 과거는 도시의 네온사인과 함께 영원히
빛나고 있다. 이제는 가장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그 어떤 과거보다 행
복한 현재를 잔뜩 누린 채 자연을 벗 삼아
찬란한 내일을 바라본다. 새로운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자연인 함을영 씨의 이야기는
방송일시 2024년 10월 30일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처]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