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631회 미리보기

 

40년 철길 인생, 산으로 가다! 자연인 이봉갑

 

산에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남자가 있다.

바리캉으로 머리카락을 밀고 구둣솔로 머리를

털어내는 거침없는 손길, 고무신을 신고

산중을 누비는 가벼운 발걸음.

여기선 편한 게 제일이라며 시원하게 웃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자연인 이봉갑(73) 씨.

사방이 뚫린 화장실에서 눈앞의 절경을 보며

볼일을 보는가 하면, ‘100가지 농장’이라고

이름 붙인 텃밭에서 손 닿는 대로 채소를 뽑아다

정체불명의 요리를 만든다. 아침마다

안방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자연인. 그는 낮에

부지런히 일하고 밤에는 두 발 쭉 뻗고

잠을 자는 평범한 일상을 오래도록 꿈꿔왔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 덕에

부족한 점 없이 자란 자연인. 특별한 관심이나

원대한 꿈 없이 보낸 어린 시절, 친구를

따라갔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철도고등학교 부설 전수부과에 입학하게

된다. 기관사과 과정을 밟고 주어진

교육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진로에 대해

고민할 시간도 없이 현장에 투입되어

디젤 기관차를 몰았다는 자연인.

 

 

 

 

그가 운행했던 16기통 디젤 기관차는

운행하는 내내 굉음을 냈고 기름은 수증기처럼

날려댔다. 게다가 운행 스케줄을

통보받기 전까진 몇 시에 출퇴근하게 될지,

하루 근무 시간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었고

그의 생활 리듬 역시 불규칙할 수밖에 없었다.

기관사라는 직업에 특별한 흥미나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 마음같아선

당장 그만두고 싶었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에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그렇게, 달리는 기차는 그의 평생직장이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진득한 고민도, 목표도 없이 질주만 하던

기차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먼 세월을

지나고 있었다. 40년간 쉬지 않고

정년퇴직까지 달려온 자연인. 100만km를

종주하며 무사고 명단에 올라 홍조근정훈장도

받았고, 아이들은 각자 가정을 꾸려

그의 둥지를 떠났다. 이젠 오래도록

미뤄온 숙제를 해낼 차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그는 산골짜기로 향했다.

 

산은 그에게 일생 처음으로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 곳이다. 쇳소리 대신

새소리가 들리고, 기름 냄새 대신 향긋한

풀냄새가 가득한 곳. 전파 수신이

원활하지 않아 TV도, 휴대전화도

무용지물이지만 그는 조금도 불편하지 않다.

외부와의 소통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날씨 정보뿐. 그는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는 중이다. 월동 준비를 위해

낮에는 쉴 틈 없이 움직이다가도 이따금

정자에 앉아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한시를 흥얼거린다. 직접 재배한 호박과

앞마당에서 갓 딴 콩을 넣어 만든

따뜻한 호박죽. 그렇게 속을 데우고 나면

아궁이 위에서 데워진 따뜻한 물을 끼얹고

온돌바닥에 누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이토록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기 위해 많은 길을 돌아온 게 아닐까.

산중에서 보낸 10년은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하는데...

 

삶의 이유를 찾아 떠난 그의 간절한 질주.

자연인 이봉갑 씨의 이야기는

2024년 11월 13일 수요일 밤 9시 1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방송일시 : 2024년 11월 13일 (수) 오후 09:10

 

 

[출처]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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