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634회 미리보기
봉주르, 리장뽈! 자연인 리장뽈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은밀한 숲속.
그곳에, 느리지만 확고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남자가 있다. 독특한 터번을
머리에 둘러쓰고 소년 같은 순수한 미소를
띤 오늘의 자연인. 그의 이름은
리장뽈(61) 이다. ‘리’는 그의 성을,
‘장뽈’은 프랑스에서 흔히 쓰는 이름을
한국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그의 자유로운
사고방식만큼이나 독특한 이 이름은
주민등록증에도 당당히 새겨진 그의 본명이다.
20년 전, 스스로 이름도 바꾸고 살아가는
공간도 바꾸면서 새로운 삶을 꿈꿨다는 자연인.
누구에게나 재능은 한가지씩 있다.
그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창작 활동을 좋아했고 그에 부합하는 재능도
있었다. 미대에 진학해 조소과를 졸업했을 무렵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자연인. 큰 기대 없이
떠난 프랑스에서 마주했던 건 상상조차
하지 못한 자유였다. 들판을 마음껏
뛰노는 양들, 돈과 직업에 연연하지 않고
삶을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들.
낯선 풍경이었지만 한없이 매력적이었던
프랑스에서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6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자연인. 그가 한국에서
마주해야 했던 현실은, 예술과 밥벌이,
그 경계선에서의 아슬한 줄타기였다.
1등 이외엔 전부 꼴등만 존재하는 공모전,
자식을 낳는 것을 애초에 포기하게 만드는
불안정한 생활. 그에겐 이 냉혹하고 비정한
현실로부터 도피해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고,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곳이 이 숲속이었다.
전기조차 통하지 않는 깊은 숲에
작은 컨테이너 한 동을 놓고, 그곳에서
조각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던 자연인.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작업물보다 주변의
한산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풍경은
낭만과 평화가 가득했던 프랑스 유학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걱정과 한숨보단 열정이
가득했던 그 시절. 자연 속에서 영감을 얻고
자유를 느끼던 그때를 생생히 떠올리게 하는
이곳. 그래서 그는 언제까지고 열정 가득한
청년 예술가로 살아가기 위해 이곳에서
아예 살기로 마음먹는다.
그때부터 그는 작품을 넘어 인생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식 이름으로 개명하고
나무 오두막집을 짓는가 하면 2층 구조의
집도 홀로 지어냈다. 나무를 주재료로 사용해,
시간이 지나면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모든 작업은 조금씩 천천히. 그래서 이곳에서
지낸 지 벌써 20년이 됐지만, 그가 하는 일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2층집 뒤에 서재로 쓸
오두막을 짓고, 돌을 날라다 축대 겸 화단을
만든다. 이 일상이 지루하지 않은 건, 유일한
동료이자 식구인 산양 봉봉이 덕분. 지금은
부쩍 날이 추워져 봉봉이의 겨울나기를
도와야 한다. 축사에 비닐을 두르고, 발톱도
잘라야 한다. 물론 그의 월동 준비도 분주한데,
겨울에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저장식으로
이탈리아식 소시지인 살라미를 직접 만든다.
그의 겨울은 역시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4년 전에 만든 하몽을
백김치볶음밥에 넣고 쌀밥 대신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한 파스타 면을 먹는다.
자연 속의 소소한 일상을 즐기며, 현재는
작품 활동을 중단했다는 자연인.
한번 죽을 고비를 넘긴 이후로 이 편안한
일상에 더 집중하는 중이라는데,
그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하얀 종이에 스케치하는 대로 이뤄진다!
동화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자연인 리장뽈 씨의
이야기는 2024년 12월 4일 수요일
밤 9시 1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처]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