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638회 미리보기
굳세어라 문순 씨! 자연인 권문순
각박한 현실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게 인생이라지만 함께한
세월은 완전히 저버릴 수 없는 것. 6개월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빈자리를 고즈넉이
채우고 있는 자연인 권문순(65) 씨에게
이곳 산은 특별하다. 지친 고생길에 마주친
어느 깊은 산속 땅. 다시 힘을 낸 만큼 수많은
돌을 나르며 가꾼 터전은 애틋한 추억이 배인
정든 보금자리가 되었다. 여전히 재봉틀로
산골 살이 작업복 주머니를 만들고 틈틈이
담장을 쌓는 문순 씨의 손길은 그야말로
다부지다. 삶의 흔적이 남겨진 손을 바라본다.
아궁이 앞 일렁이는 불빛에 추위를 녹인다.
그녀는 강해져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눈물을 머금은 채 지금을 살아간다.
아홉 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나 학업은
사치일 정도로 궁핍했던 유년 시절. 자연스레
홀로서기에 익숙해진 문순 씨는 열네 살에
서울로 상경해 ‘미싱 시다(조수)’로 일했다.
그곳에서 만난 재단사 남편은 반복된
사업 실패로 인해 빚과 사람에 시달려
도시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매번 공장이 망해
문을 닫을 때마다, 남편은 몇 달씩 객지 생활을
이어 갔다. 그럴 때마다 한숨을 내쉬면서도
부업을 늘려가며 위기를 극복해 나간 문순 씨.
이후 선물처럼 받은 산골 땅 위에서
새로운 인생을 펼치기로 결심하는데.
그늘진 얼굴에 차츰 생기가 돌게 된
이유도 바로 이 산 덕분이다.
이른 나이에 어머니와 동생을 먼저 보내
이별의 아픔에 무뎌질 줄 알았건만.
알게 모르게 많이 의지했고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할 남편이 잠든 곳에 머물러 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처음 그대로인 황토집은
무려 2년 동안 함께 지은 노력의 결실.
땔감을 구할 때도 가지를 칠 때도 사무치게
그리운 얼굴이 또렷하게 보인다. 보고 싶어도
이제 볼 수 없는 사람. 같이 심은 나무에 올라가
설경을 구경하는 문순 씨는 애써 미소를 짓는다.
혼자여도 괜찮다. 그때와 똑같이 아침에 일어나
산골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은행도 볶아서
먹고 산을 거닐며 보수할 곳도 척척 찾는다.
가끔은 허전함에 밥 한 숟갈조차 잘 넘어가지
않기도 하지만 산 곳곳에 자취를 남기고 간
남편을 위해서라도 오늘도 다짐한다.
사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지내겠다고.
굳센 의지가 녹록지 않은 삶을 바꿨다.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자연인 권문순(65) 씨의
이야기는 방송일시 2025년 1월 8일
수요일 밤 9시 1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
[출처]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