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공감]
슬도 남자 슬도 여자
내레이션
섬 주민 열 아홉 남짓
멸치를 잡아온 이들
모두 여섯 집
다큐 공감 312회 미리보기
슬도 남자 슬도 여자
섬 주민이라봐야 열 아홉 남짓
밭뙈기 하나 없는 바위섬에서
몇 대째 멸치를 잡아온 이들이
모두 여섯 집이다
■ 2호 집 여자와 그 언니
젊은 나이에 멸치 어장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 총각을 따라가면 먹고 살 일은 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2호집 여자 경심은
슬도로 시집을 왔다. 짠내 가실 날 없이
고생스러웠지만 2호집 여자는 어촌계장인
남편 기섭과 여전히 잉꼬부부다.
멸치가 날 때면 2호집 여자의 언니 경단이
동생을 도우러 목포에서 들어온다.
■ 3호 집 남자, 규종
3호 집 남자 규종은 고기잡이가 천직이다.
젊은 시절 잠깐 경험한 도시는 역시
지루하고 갑갑했다. 멸치를 금치라 부르던
시절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어장을
크게 늘렸고 밤낮 없이 바다를 일궜다.
남자의 배는 어쩐 일인지 늘 만선이었다.
섬이 작아 온 바다가 내것처럼 펼쳐진
슬도는 남자가 만난 최고의 섬이다.
■ 4호 집 여자, 선심
모든 게 수작업이던 시절, 슬도의 남자는
멸치를 지게로 지어 날랐고, 여자는
밤새도록 멸치를 말렸고, 비가 오면 죄다
버려야 했다. 그 힘든 기억을 까맣게 잊은
4호 집 여자 선심은 요즘 멸치 어획량이
줄어 근심이 많다. 멸치 덕에 살림도 하고
삼남매도 잘 길러냈는데 멸치가 왜 오지
않을까. 오늘도 여자는 멸치를 기다린다.
■ 4호 집 남자, 옥철
오지섬에서 멸치 잡는 어부로 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문학을 좋아하고 화가를 꿈꾸던
4호집 남자는 몸이 안 좋은 형님을 도우러
내려왔다가 1년, 2년... 그러다 평생을 살게
되었다. 인생이 마음대로 되진 않았지만
어쩌면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와 내게로 이어진 슬도의 바다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작은 섬 슬도에는
멸치를 기다리는 여자들과
욕심 없이 바다를 일구는 남자들이 산다
내 사랑 슬도
이만하면 좋지 아니한가
■ 방송일시 : 2019년 09월 01일 (일) 저녁 8시 10분 - KBS 1TV
■ 프로듀서 : 이연식
■ 연출 : 박기흥
■ 글.구성 : 조예촌
■ 제작사 : 황금나무
■ 내레이션 : 양희은 (가수)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