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640회

 

한계령, 시린 겨울을 넘다

 

저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네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 노래 <한계령> 중에서

 

높고 험한 자락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고개

한계령은 설악산과 점봉산에 걸쳐있는 고개로

44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 인제군과

양양군을 이어주는 길이다

겨울이면 폭설에 수시로 길이 막히는

험한 산중고개지만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 설악산으로 가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들던 길이기도 했다

 

노래가 되고, 추억이 되어준 그곳,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가파른 고개를 넘듯

고단한 삶의 고개를 넘어온

한계령 사람들의 추억과 그리움이 담긴

음식 이야기

 

■ 한계령, 시가 되다 – 양양군 오색리

 

◼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소개된 곳

 

* 안변민박

문의: 033.672.0091

주소: 강원 양양군 서면 안터길 38

 

한계령에서 양양 쪽으로 내려오면, 설악산으로

가는 길목, 약수로 유명한 마을이 있다.

개울가 암반 세 곳에서 철분과 탄산 성분을

가진 약수가 솟아오르는 ‘오색 약수터’가

있는 곳. 오색리는 그래서 예부터 많은 관광객이

모이는 곳이었다. 수학여행지로 인기이자

산을 오르는 등산인들이 머무르기 좋던 이곳은

한때 민박업이 흥하며 보일러실이라도 좋으니

몸만 뉘게 해달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손님맞이로 분주하던 곳이었다. 봄이 오면

나물이, 가을엔 도토리와 버섯이. 산이 내어주는

것으로 손님 대접을 했기에 이 마을에는

항상 오리나 닭백숙 냄새가 진동했었다.

사계절 내내 방문객으로 복작복작하던

한계령이 요즘은 썰렁할 정도라고 한다.

머물다 가는 사람들에게 내어주던 약수와

약초, 산나물은 자연히 이곳 주민들의 끼니로

밥상에 오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오색리에

살며 산과 들로 다니던 정덕수 씨. 그에게

한계령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며 시리도록

익숙한 고향이다. 그는 평생 저를 따라다닐 것만

같던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계령을

넘어 다니며 서울에 발을 붙여 밥벌이하기도,

뼈저리게 그리운 마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하던

어머니를 보러 가 맛본 시래깃국의 맛은

눈물이 나도록 익숙하면서 그리운 맛이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한계령 전경을

보며 느꼈던 감정은 ‘한계령에서’라는

시를 탄생하게 했다.

 

 

 

 

■ 한계령, 고단한 세월을 넘다

- 인제군 한계 3리

 

외부로 통하는 길은 한계령뿐인 오지마을,

한계 3리. 한계령 아래 첫 번째 마을인 이곳은

오래전부터 한계령과 인연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한가지 추억쯤은 갖고 있는

이곳은 예전엔 돌밭이 많아 화전을 일구고

밭 한 귀퉁이에 감자와 메밀을 심어 간신히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의 별미는 한계령 너머에 있는 바닷가

지역의 음식이었다. 한계령의 굽이굽이 고갯길을

지나던 트럭이 흘려 도로에 떨어진 양미리나

도루묵은 뜻밖의 횡재였으며, 등 한가득

옥수수나 감자를 짊어지고 한계령을 넘어가

바꿔 왔던 소금은 말 그대로 생활 속 빛과

소금 같은 존재였다. 2006년, 평화롭던

이 마을에 벼락같이 찾아온 수해는 지도 속

마을의 모습이 바뀔 정도로 피해가 컸고

주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안겨주었다.

물가에 있던 집은 모두 떠내려 가 60가구 중

8가구만 남았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물살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기도 했다. 한순간에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눈앞에서 가족을

잃었다는 사실에 주민들은 비가 조금이라도

많이 오는 날이면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단단해진 마음은

마을 주민들이 웃으며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들에게

메밀총떡, 옥수수범벅, 양미리구이 그리고

매운탕은 과거를 추억하는 음식이다.

 

 

 

 

■ 한계령, 새로운 삶이 시작되다

– 인제군 한계 2리

 

*한계 2리 베이스캠프

 

- 반년살이 및 야영장 운영

주소: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1828-1

 

한계령의 겨울을 즐기기에 충분한 곳. 커튼을

걷자마자 보이는 절경에 ‘이게 실화인가!’

외치게 되는 이곳은 한계 2리 마을이다.

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반년간 마을에서

살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이곳에 모인 이들은 귀촌 희망 새내기와 귀촌한

선배들이다. 평소 자연을 좋아해 여기저기

캠핑 다니던 박준식 부부는 어느 날 한계령의

전경을 보고는 귀촌에 대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운 좋게 퇴직하던 때와 반년 살아보기

프로그램 시작 시기가 겹쳤던 것을 천운이라

생각해 앞뒤 잴 것 없이 신청서를 제출했던

그들은 현재 이 마을에서의 삶에

200% 만족 중이다. 도시가 아닌 곳에서의

생활이라 매일 끼니를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하는 삶. 서툰 솜씨지만 농사부터 요리까지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게 막연하게 꿈꾸던

귀촌과 한 발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한다. 도시에서 살던 이들의 손을

거치니 흔하디흔한 이곳의 재료도 제법

멋진 한 끼가 되곤 한다. 감자와 옥수숫가루로

만든 옥수수감자빵, 직접 키운 채소로 만든

샐러드, 한계령의 맛이 밴 방풍나물과 질경이,

취나물을 넣고 만든 나물만두만둣국까지.

초보 귀촌인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정성 가득한 밥상을 만난다.

 

■ 프로듀서 신동만

■ 연출 남호우 / 작가 전선애

■ 프리젠터 최불암

■ 제작 KP 커뮤니케이션

■ 방송일시 2024년 1월 25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8시 30분 (KBS1TV)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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