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646회 미리보기

 

땅끝에서 봄을 맛보다, 해남 봄나물 밥상

 

이토록 간절하게 기다리는 계절이 있을까.

애타게 기다리던 봄을

땅끝마을의 봄나물 밥상에서 만나다!

 

우리 국토의 최남단인 해남에

드디어 봄이 찾아왔다.

 

따스한 봄기운에 들녘에서는 봄동과 쑥,

냉이, 세발나물 등 봄나물들이 싹을 틔우고

덩달아 여인들의 마음도 설레기 시작한다.

겨울 칼바람을 견디고서야 참맛을 내는

봄나물과 봄나물에 기대어 가혹한 세월을

이겨낸 여인들의 사연이 버무려진 봄의 맛이

궁금해진다.

 

■ 봄나물의 힘찬 기운을 맛보다

– 전라남도 해남군 마산면 금자마을

 

남해를 건너온 봄바람에 들녘이 푸릇푸릇해진

해남의 금자마을. 마을의 팔구십 대 어르신들까지

봄동 수확에 팔을 걷어붙인다. 봄동은 겨우내

추위를 견디느라 땅에 눌러붙어 자라는

못난이 배추. 그 모양이 소똥을 닮았다 해서

봄동이라고 불리는데... 이 마을 어르신들에겐

친손주만큼이나 사랑스럽다. 당신들이

맨손으로 개간한 밭에서 키워낸 봄의 전령사.

남다른 기쁨에 노랫가락이 흘러나오고

어깨가 절로 덩실거린다.

 

혹독한 시절, 봄나물로 버티며 인생의 봄을

일궈온 어르신들과 이 마을 사람들에게

봄의 맛은 특별하고 사연도 많다. 볼품없는

봄동을 손으로 곱게 눌러 전으로 부친 봄동전.

모양이 마치 꽃을 닮은 먹음직스러운 봄동전을

앞에 두고 이 마을의 60대들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맛있는 것을 보니 고생만 하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와 시어머니가

그리워진다. 딸의 마음으로 마을의 80대 이상

어르신들을 위해 차려내는 봄나물 음식들.

봄동을 데쳐 그 안에 고기와 온갖 야채를 넣어

영양 가득한 봄동쌈밥 만들고 어르신들이

직접 개간한 논에서 수확한 쌀에는 보약 같은

방풍나물을 듬뿍 얹어 밥을 짓는다. 물고기의

여왕이라는 자연산 감성돔으로는

방풍감성돔된장국을 끓여낸다. 윗대의

눈물겨운 헌신과 후손의 감사함이 비벼진

금자마을의 봄나물 밥상에서 진정한 봄은

무엇인지 느껴본다.

 

 

 

 

■ 이순신 장군과

우수영 여인들이 차려낸 봄나물 밥상

 

해남 앞바다에는 역사의 변곡점을 만들어낸

현장도 있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왜적의 배 133척을 격파한

명량해전의 현장, 울돌목이다. ‘아직도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음성이 봄바람에 실려 오는 듯한

바다. 풍요로운 봄은 그저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하게 되는데... 해남의

우수영 여인들에게는 400여 년을 이어온

자긍심이 있다. 명량해전의 승리에

마을 여인들이 함께했다는 것. 수적 열세로 인해

힘겨워 하던 이순신 장군을 돕기 위해 산에서

강강술래를 하고 옥을 갈아 쌀뜨물 같은 물을

산 아래로 흘려보냄으로써 많은 군사가 있는 듯

위장 전술을 펼쳐 왜군의 기를 꺾었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과 함께한 선조들의 감동을

기억하며 우수영 여인들이 차려내는

봄나물 밥상. 쑥으로는 전라도식 쑥 된장국을

끓여내고, 냉이로는 냉이된장주먹밥을 만든다.

고기잡이 나가는 어부들의 새참이었던

주먹밥은 조선 수군의 전투 식량이기도 했다.

여기에 단백질이 풍부한 냉이와 된장까지

넣으니, 주먹밥 하나가 제대로 된

봄철 영양식이 된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속병을 앓았던 이순신 장군이 위를 달래기 위해

드셨다는 무, 여기에 소고기와 냉이를 듬뿍 넣어

끓이면 속을 풀어주는 시원한 장국밥이 된다.

이렇게 봄나물 밥상에 이순신 장군에 대한

추억을 담으니, 우수영 여인들의

봄날은 더 즐겁다.

 

 

 

 

■ 간척지가 키워낸 최초의 봄나물, 세발나물

 

◼ 전라남도 해남군 문내면 예락리마을

 

* 세발나물 판매 문의 연락처 전화번호

010.6657.3040

010.2501.3040

 

울돌목 근처에 있는 예락마을 여인네들에게는

전통적으로 갯벌이 밭이고, 봄에 갯벌에서 나는

해초가 봄나물이었다. 하지만 슬그머니

최고 봄나물의 자리를 빼앗은 것이 있으니,

바로 세발나물이다. 세발낙지의 가는 발을

닮았다 하여 세발나물이라 불리는 이 봄나물은

갯벌이나 염전 주위에서 나던 염생 식물.

그런데 80여 년 전, 간척을 통해 이 마을에

논이 만들어지면서 육지 식물이 되었고,

20여 년 전부터는 그 영양을 알아본 주민들에

의해 봄나물로 재배되고 있다. 갯벌에서

자라며 하찮은 잡초 취급을 당하다가

어엿한 봄나물로 인생 역전한 세발나물.

그 요리법도 다양해지고 예락마을 사람들의

봄날도 달라졌다.

 

아직도 갯벌에 나는 꼬시래기를 최고의

봄나물로 치는 시어머니 김금애 씨(83세)와

세발나물의 인기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며느리 서덕순 씨(55세). 서로가 채취해 온 굴과

세발나물로 전을 부치다 보면, 음식의 궁합을

통해 사이 좋은 고부의 정을 확인한다.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도 며느리가 캔

세발나물은 고기와 함께 싸 먹는 겉절이로,

시어머니가 뜯어온 꼬시래회무침은

입가심용으로 궁합이 척척 맞는다.

거기에 세발나물을 갈아서 색을 낸

세발나물 수제비까지... 새로운 봄나물의

등장으로 더욱 풍성해진 고부의

봄나물 밥상을 만나본다.

 

- 프로듀서 임기순

 

- 연출 선희돈 / 작가 최선희

 

- 프리젠터 최불암

 

- 제작 KP 커뮤니케이션

 

- 방송일시 2024년 3월 7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8시 30분 (KBS1TV)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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