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노라면 601회 미리보기
장꾼 엄니와 흑기사들
# 장꾼 엄니와 60년 단짝, 일이 뭐길래
충청남도 당진의 시골 마을,
소문난 장꾼 어머니, 유유순(83세)와
60년 단짝 박옥열(81세) 씨가 산다. 며칠째
이어지는 폭염주의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밭으로 나온 유순 씨. 한여름 땡볕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를 따기 위해서다. 당신이 사는
터전을 매일 들여다보고 정성을 쏟는 게
보람이자 즐거움인데, 남편 옥열 씨는
그저 애가 탄다. 몇 년 전 신우염을 앓은 뒤
부쩍 몸이 약해진 아내. 게다가 여든 넘어서도
일을 놓을 생각을 안 하니, 걱정되는 마음에
아내를 쫓아다니며 일을 말린다.
아침부터 일을 두고 한바탕 실랑이를 벌인
팔순의 노부부. 서둘러 이웃 마을에 있는
시장으로 향한다. 60여 년째 오일장에서
이웃들이 팔려고 들고 온 곡물을 사서
도매상인에게 파는 ‘보따리 장사’를 하기 때문.
한때 번성했던 시장은 이제는 찾는 이들도
줄어들고, 나오는 물건도 신통치 않다.
그래도 잊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들이 고맙고
반가운 유순 씨. 못난 물건이어도 선뜻 값을
치르고, 당신이 한 알씩 고르며 정성을
쏟는다. ‘고생을 사서 하는’ 아내를
지켜보노라니 속 답답한 남편이다.
# 어머니를 일에서 구하고자 나타난 흑기사들
스물둘에 남편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유순 씨.
그러나 신혼의 단꿈이 채 깨기도 전에 남편이
월남전으로 떠나면서, 어린아이들과 덩그러니
남았다. 십 리가 넘은 바닷가에 걸어가 굴과
조개를 캐고 시장에 내다 파는 등 쉴 틈 없이
일해, 집안을 건사했다. 4년 뒤 남편이
귀환했지만, 고엽제 후유증으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일은
유순 씨의 숙명이 되었다.
여든이 넘어도 일을 놓지 못하는 유순 씨가
안타까운 자식들. 일을 말려도 소용없으니
시간 날 때마다 고향 집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집안에 에어컨이 고장 나자 냉큼 달려온
큰아들, 태규(62세) 씨. 에어컨 고치고 나서는
어머니의 김치 담그는 일을 돕느라 바쁘다.
게다가 연로한 부모를 모시고자 10년 전
귀향한 셋째 아들, 완규 씨는 밭일할 때마다
번개처럼 나타나 일손을 거들어 준다.
자식들의 어여쁜 마음이 그저 고맙고
기특한 유순 씨.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기 위해 또 폭염 속으로 뛰어든다.
# 사라진 유순 씨, 남편은 애가 타는데..!
며칠 후, 보따리를 챙겨 길을 나서는 유순 씨.
한적한 오일장에 좌판을 펼치고 손님을
기다린다. 마침 도착한 버스 한 대. 서둘러
정류장으로 뛰어가서 봇짐 진 승객의 물건을
사기 위해 흥정에 나섰다.
그 시각, 집에서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
시장에 사람이 없으니 곧 돌아오겠거니
했는데 벌써 다섯 시간이 지났다.
날이 더운데 몸이라도 축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시장으로 향하지만,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 대체 땡볕 아래서
또 뭘 하는 건지, 아내 걱정에 애가 타는 남편.
급히 아들에게 ‘어머니를 찾아라’ 하는
특명을 내리는데..!
방송일시 2023년 9월 10일 (일) 오후 08:20
[출처]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