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585회 미리보기
매운맛 인생, 달짝지근하게 자연인 박상규 씨
코끝이 얼얼할 정도로 이는 찬 바람.
산골이 마침내 한겨울에 접어들었다.
매서운 추위에도 장작불에 콩을 삶고 있는
자연인 박상규(71) 씨. 40년 전 길도 없는
산골에 터를 마련해 수시로 오가며 땅을
일궜다는데. 터를 다지면서 나온 돌무더기로
번듯하게 지은 돌집. 말끔히 정돈된 정원과
여름날 그의 진한 땀이 녹아든 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대로 농사를 짓는 건 태어나
처음이지만, 이 모든 건 그가 어릴 적부터
꿈꿔온 삶이라는데. 14살, 일찍이 시작된
그의 매운 인생. 이제는 달달한 시절만
남았다는 상규 씨의 이야기다.
큰 강이 지척에 흐르는 마을에서 태어난
자연인. 가난한 어린 시절, 하루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초등학교를 마치고 곧장
서울로 향했는데. 어린 그가 낯선 타지에서
홀로서기란 쉽지 않은 일. 받는 월급도 없이
밥만 먹고 일하던 때도 있었다. 빵집부터
옷 공장, 재봉 일을 전전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필름 현상소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상규 씨.
5년 가까이 일하며 자리를 잡은 듯했으나,
결국 이곳도 관두게 되는데. 일터에서 만난
여자와 가정을 꾸리고 생때같은 자식도
생겨나자 그는 월급만으로는 벌이에 부족함을
느꼈고, 장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강변에
텐트 하나 치고 매운탕 장사를 시작한 부부.
새벽같이 일어나 장을 보고, 탕에 들어가는
양념 재료 하나하나에 공을 들였다는데.
그 결과 단골은 점차 늘었고, 힘겹게 살아오던
상규 씨의 삶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내 땅 한번 가져보는 게
소원이었기에 돈이 모이면 조금씩
땅을 사는 일도 잊지 않았다.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장사에 뛰어들기 위해
문을 연 횟집. 하지만 이내 곧 위기가 닥쳤다.
전국으로 퍼진
80년대 ‘괴저병 파동’(비브리오패혈증)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버린 것. 3년 가까이
파동이 지속되면서 횟집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지만, 상규 씨는 애지중지 키워온 식당을
포기할 수 없었다. 가게를 찾는 손님은 기껏해야
하루에 한두 팀. 아내는 새벽녘에도 손님이
찾으면 문을 열었고, 상규 씨는 유원지를 찾는
관광객의 사진을 찍어주며 생활비에 벌었다.
오기로 버텨낸 시련의 시간. 결국 부부의 횟집은
강변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고, 입소문이 퍼져
장사는 더 잘되기 시작했다.
직접 키운 콩으로 청국장을 띄우고, 김치도 매년
직접 담가 먹는 자연인. 산골살이가 지루할 때를
대비해 만들어둔 연못에는 메기, 향어, 잉어가
한가득이라는데. 이 중에 30년 경력의
매운탕 집 사장님 솜씨를 뽐낼 주인공은 과연?
맨손으로 시작해 자신의 터전을 일군
자연인 박상규 씨의 매콤달콤한 이야기는
방송일시 23년 12월 20일 수요일
밤 9시 1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처]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