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638회 미리보기

 

황무지를 일구다, 그 겨울의 밥상

 

아름다운 눈밭 속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곤궁했던 그 시절, 혹독한 겨울을 버티며

살아온 이들은

한 뙈기의 땅이라도 더 얻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다. 산골짜기 황무지를 화전으로

일구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삶 속에서

 

그들이 버틸 수 있었던 그 힘.

강인하고도 따뜻한 그들의 겨울 밥상을 만난다.

 

■ 거친 음식, 강인한 맛

-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 강원도 양구 소개된 곳

 

* 양구읍 상무룡리

 

강원도 양구의 파로호! 1944년, 화천댐이

건설되면서 만들어진 거대한 인공호수다.

그 상류에 자리 잡고 있는 상무룡리에는

호수와 산비탈을 터전 삼아 삶을 개척해 온

이들이 살고 있다. 파로호에서 만난

여성 어부 신경숙씨(80) 씨. 16살 어린 나이에

결혼해, 남편과 함께 파로호에서 물고기를

잡았다. 겨울에는 얼음을 깨고 빙어를 잡아

삼십 리 눈길을 걸어가 팔았다. 맨몸으로

산자락에 불을 놓고, 맨손으로 나무뿌리와

돌을 캐며 화전을 일궜다. 이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곤궁한 시절을 버텨냈다.

거기에 겨울 추위는 또 얼마나 매서웠던지.

 

유일한 위안이 밥상이었지만, 몸이 부서져라

돌밭을 개간해도 자라는 것은 옥수수 감자

콩 같은 구황작물뿐이었다. 어머니들은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당신 몸을 혹사했다. 올챙이국수 한 그릇을 상에

올리기 위해 옥수수를 삶아 맷돌에 갈고 체에

내려서 풀을 쑨 뒤 틀에 내려 국수를 뽑았다.

절구에 콩을 찧은 뒤, 한 줌의 쌀과 섞어

콩탕밥도 지었다. 이런 밥이라도 지으려면,

장리쌀을 얻어야 했는데 한 가마니를 얻으면

그해 가을에 닷 말을 보태 갚아야 하는 무서운

빚이었다. 자식들 간식을 위해, 몇 날 며칠에

걸쳐 감자를 썩혀 전분을 낸 뒤

감자투생이범벅을 만들었다. 힘든 시절에도

꿋꿋이 밥상을 지킨 어머니들의

강인한 밥상을 만나본다.

 

 

 

 

■ 어머니의 보약음식 – 전라북도 무주군

 

■ 전북 무주 벌한마을 소개된 곳

 

* 설천면 벌한마을

 

‘작은 히말라야’라 불릴 만큼 눈이 많이 오는

덕유산 자락의 벌한 마을. 아직도 바깥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오지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만난 권영순(91) 씨와

배창호(52) 씨 모자. 17살에 산을 넘어

이 외진 마을로 시집온 어머니는 8명의

자식을 낳아 기르며 맨손으로 돌을 쌓아

다랑논과 밭을 일궜다. 그러느라 자식들은

모두 밭가에서 키웠고 군대에 간 아들들에게는

면회도 한번 가지 못했는데... 그것이 아직도

한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아들은 아픈 자신을

들쳐업고 눈쌓인 삼십리길을 달렸던

어머니를 떠올리면 아직도 목이 멘다.

 

유난히 애틋한 모자는 겨울 밥상도 특별하다.

없는 살림이다 보니, 어머니는 늘 자연 속에서

보약 같은 식재료를 찾아다녔다. 옻나무를

잘라 진국을 낸 뒤 그 물로 밥을 짓고 된장국을

끓여냈다. 개간한 땅에서 무 농사를 지어

겨울이면 간식용으로 무전을 부쳤다. 산에서

더덕을 캐서 자식들 학비를 벌었던 어머니는

남은 파지를 모아 숯불구이를 해주기도 했다.

아들은 연로한 어머니를 위해 높은 산에 올라

능이버섯을 따서 보관한다. 어머니를 위한

보약이다. 가슴 시리도록 따뜻한 어머니와

아들의 보약 밥상을 만난다.

 

 

 

 

■ 질긴 생명의 맛 –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 강원도 양구 소개된 곳

 

* 해안면 펀치볼마을

 

해발 500미터의 고지대에 위치한 펀치볼 마을.

시래기 등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부자마을이다.

하지만 펀치볼은 한국 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격전지였다. 그 황폐했던 땅을 옥토로

바꾼 이들은 1950년대 중반부터 이 땅에 이주해

맨손으로 나무뿌리를 파내고 밭을 일궜다.

중노동을 하던 이주민들에게는 또 다른 공포도

있었다. 하루에도 여러 번씩 주인이 바뀌던

맹렬한 전투 현장, 어디에 지뢰가 숨어있을지

몰라 늘 공포 속에 개간 작업이 이루어졌고,

실제 지뢰 폭발로 목숨을 잃은 이들도

여럿 있었다.

 

30여 년에 걸친 대장정 같은 개간 시기.

겨울 추위는 물론, 군사지역이라 오후 5시면

소등이 이루어져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배고픔이었다. 먹고 죽지 않을 풀이라면

무엇이든 뜯어먹었던 시절, 눈앞에 보이는

나물 하나를 얻기 위해 지뢰밭에 손을

내밀었다가 사고를 당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 시기, 이들에게 목숨줄 같은 풀이

질경이였다. 사람 발길 닿는 곳엔 무조건

자란다는 질경이.. 봄에 뜯어 삶아 말리면

겨울 먹거리가 됐다. 경작이 이루어진 뒤에는

무청을 말린 시래기와 감자가 주식이 됐다.

살아낸 것이 행복이고 감사라는

펀치볼 사람들의 겨울 밥상을 만난다.

 

- 프로듀서 신동만

- 연출 선희돈 / 작가 최선희

- 프리젠터 최불암

- 제작 KP 커뮤니케이션

- 방송일시 2024년 1월 11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 8시 30분 (KBS1TV)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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