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648회

 

칼을 갈다, 맛이 살다

 

해가 지면 도마질 소리는

맥박처럼 집안을 메웠다.

 

어머니의 칼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 있다.

 

나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 김애란, <칼자국>, <<침이 고인다>>(2007) 中

 

 

깎고, 썰고, 자르고, 다지는 데 쓰는

도구인 ‘칼’은 요리의 기본이자 시작이다.

 

구석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쓰임에 따라 수많은 칼들이 존재했다.

 

‘잘 고른 칼 하나, 열 요리사 안 부럽다’는 말처럼

좋은 칼은 요리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불에 녹은 쇳덩이를

수천 번 두드려 칼을 만드는 이,

칼을 다루는 기술 하나 밑천 삼아 살아온 이,

무뎌진 칼로 누군가를 거두어 먹이며 살아온 이.

칼 한 자루에 담긴

그들의 이야기와 음식을 만난다.

 

*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문의: 02.2254.8000

주소: 서울 동작구 노들로 674

 

 

* 김씨마구로

문의: 02.2254.8412

주소: 서울 동작구 노들로 674 2층

 

 

* 한밭대장간 한칼

문의: 0507.1305.4465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노들로 674 3층

지상주차장 a19기둥앞 한칼

 

 

 

* 요리 연구가 김경미의 반가음식 연구소

 

웹사이트:

https://www.youtube.com/@user-rv8qf4xj7b/videos

 

 

 

 

■ 쇳덩이가 날카로운 칼이 되기까지

- 대전광역시 유성구

 

◼ 대전광역시 유성구

 

* 한밭대장간

문의: 042.541.8495

주소: 대전광역시 유성구 용계동 산47-8

 

 

쓰임새에 따라 종류가 천차만별이라는 칼.

칼이란 칼은 모두 만들고 있다는 대전의

한 대장간엔 매일 1,300도의 불이 타오르고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울린다. 단단한

쇳덩이가 수많은 담금질과 망치질을 거쳐야

비로소 칼 한 자루가 완성된다고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14살에

처음 칼 가는 법부터 배우기 시작한 전만배 씨.

올해로 55년째 칼을 만들고 있는 그에게

칼은 삶의 전부이기도 하다. 대장간을 지키고

있는 그에게 오랫동안 칼을 맡겨온 반가운

얼굴이 찾아왔다. 일식 주방장인 그는

‘형님 외엔 제 칼을 만질 사람이 없다‘며

애지중지하는 회칼을 들고 왔다. 멀리서부터

찾아오는 이를 어찌 그냥 보내냐며 대장장이의

아내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화로에 구워 먹는 삼겹살구이로

포문을 연 다음 바리바리 꺼내 온 재료는

철을 맞은 복어와 웅어. 생선을 토막 내고

회 치는 칼은 모두 전만배 씨의 손에서

만들어진 칼이다. 들기름으로 복어를 볶고

된장과 들깻가루를 넣어 맛을 내는 시어머니의

방식으로 끓인 복어매운탕과 뼈째 썰어

식감이 살아 있는 웅어회무침은 오늘도

고생한 남편에게 건네는 보양식이라고

한다. 고마운 지인들과 한 상 차려놓고

식사하는 자리.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자신의 공장을

물려줄 만한 친구 하나 만나는 것이

꿈이라며 웃어 보인다. 가업을 이어받은 이후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칼을 만드는

그에게 이 한 상은 하루의 행복이다.

 

 

 

 

■ 발골 장인들의 ’우리만 아는 맛‘

- 경기도 구리시

 

* 초이스미트

문의: 02.2281.2797

주소: 경기 구리시 동구릉로395번길 117-6

 

이른 시간부터 분주한

경기도 구리시의 한 축산업 공장. 위생복을 입은

사람들이 숙련된 손길로 고기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 도축한 소와 돼지를 가공하는

이곳은 최영일 씨의 일터다. 이곳에서 쓰이는

칼은 일상에서 흔히 보는 칼의 모양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다. 성형 칼, 발골 칼,

뼈 칼……. 칼마다 용도와 쓰는 부위가

다른 이 칼들은 오랫동안 그의 손에 맞춰

갈고 닦였다고 한다. 소 한 마리를 발골할 때

걸리는 시간은 평균 3시간. 그는 학비를

벌어보겠다며 잡은 칼을 평생 잡고

살 줄은 몰랐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던

학생 때부터 마장동 최 박사로 불릴 때까지.

험한 길을 걷던 30년 넘는 세월 동안

그의 옆엔 나이도, 생일도 같은

친구 조휴찬 씨가 함께했다.

 

두 친구가 만나 회포 푸는 날. 익숙하게

고기를 손질하다 보니 자연스레 옛날의

추억이 떠오르는 두 사람이다. 살치살,

꽃등심, 차돌박이 등 시중에서 선호하는

부위를 썰어내던 그들이 별미라며 보여준 건

흔히 ’뒷고기‘라고 불리는 쪼가리 고기다.

시중에 팔리는 고기는 극히 일부라며 아는

사람만 아는 부위 이름을 줄줄 읊는 그들이

입을 모아 칭송하는 건 돼지 힘줄이다.

발골 작업 내내 커다란 냄비에 삶다가

작업이 끝나면 양념을 넣어 졸여 먹던

돼지힘줄찜은 작업의 고단함도, 몸의 피로함도

잊게 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뒷고기를 굽는

그들의 손엔 세월에 흐릿해진 흉터 자국과

상처가 많이 보인다. 서로가 있어 의지하며

힘이 됐다는 그들이 같이 하는 한 끼는,

지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날들이 주는

선물이다.

 

 

 

 

■ 어머니의 무쇠 칼, 추억을 요리하다

-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동향면

 

삼삼오오 모여든 새울마을 사람들.

오늘은 공동텃밭에 오미자를 심는 날.

예전부터 오미자가 유명하다는 마을 명성에

걸맞게 올해는 마을 축제 때 쓰일 오미자를

심기로 했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귀촌한 사람들이라는 마을. 물 좋고,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진안의 매력에 저도 모르게 이끌려

한적한 새울마을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최인철 씨도 10년 전에 새울마을에

발을 디뎠다가 이장까지 되었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공동작업을 하니

마을 어른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새참을

만들기 시작한다. 어머니들이 들고 온 칼은

하나같이 세월의 흔적이 묻은 오래된 무쇠 칼.

마을 잔치 때 돼지도 잡고, 닭도 잡고,

단단한 소뼈도 자르던 역사가 담긴 칼이라고

한다. 닭을 푹 고아 살을 무쇠 칼로 다지고,

가래떡도 썰며 닭고기떡국을 만드니

이야깃거리가 샘솟는 마을 사람들. 수다도

떨며 부지런히 다음 요리도 만든다.

오늘 선보일 또 다른 음식은 토굴에 보관하던

오미자청을 활용한 음식. 오미자칼국수를

만드는 데엔 귀촌 7년 차인 김혜란 씨가 힘을

보탰다. 요리 솜씨가 좋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만드는 칼국수. 어릴 땐 저녁마다 먹어서

그토록 싫었던 칼국수가 오늘은 사무치게

그립다는 그는 어머니의 손때 묻은 무쇠 칼로

반죽을 썰어 칼국수를 만들었다. 아궁이가

있는 쪽에서 묵묵히 두부를 만들던 어르신도

자식을 먹여 살리느라 안 해본 일 없이

한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그래도 번 돈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먹여서 후회는 없다는

그의 얼굴에는 갓 만들어낸 두부처럼

따스한 미소가 비친다. 마을 주민이 모두

모여 즐기는 한 상. 그 음식들에는 무쇠 칼처럼

묵묵히 고단한 삶을 견뎌온 새울마을

어머니들의 세월이 담겨있습니다.

 

■ 프로듀서 임기순

 

■ 연출 남호우 / 작가 전선애

 

■ 프리젠터 최불암

 

■ 제작 KP 커뮤니케이션

 

■ 방송일시 2024년 3월 21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8시 30분 (KBS1TV)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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